구글플러스, SNS, 다시 블로그
공돌이들 사이에 새로 뜨고 있는 구글+ 를 써볼까 했다. 친절한 분들이 초대장도 보내주셔서 오픈 며칠만에 계정도 생겼다. 그러나…
이용약관 문제
구글+ 는 사람들이 실명 또는 “다른 사람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이름” 을 사용하게 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계정을 검사하는건 아니고, 대놓고 가짜 이름이거나 (“어제 먹은 술집” 같은 이름) 아니면 다른 사용자가 꼬바르는 경우 계정을 막는다. 그런데 자동으로 비실명을 거르는 프로그램이 실수한다거나 하는 경우, 구글+ 계정만이 아니라 구글 전체 서비스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구글+ 에 이름 좀 잘못 썼다간 — 최악의 경우 잘못 쓰지 않아도 — 쥐메일을 못쓰게 되는거다.
블로거 (blogger.com) 서비스의 스팸 블로그 블로킹 문제가 생각난다. 상당수의 블로그가 스팸으로 자동 판단되어 막혔는데, 정상적인 항의 절차는 몇 주나 걸리는데다, 유명 블로거가 심하게 항의하면 그 사람것은 빨리 열어주는 자의적인 케이스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스팸이 아니니, 자신의 구글+ 계정이 실명이라고 해명하려면 법적 신분증을 스캔해서 구글에 보내야 한다. 어째 어느 반도 국가의 인터넷 정책 같다.
정책 자체가 병신같으면 그 정책을 병신같지 않게 구현하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 어느 잉여가 구글+ 에서 가짜 계정을 만들어, 비실명 신고 프로세스 및 해명 프로세스를 실험해 봤다.
정상적인 이름을 가진 딴 사람 계정을 정지먹이는 것은 어려운가?
별로 어렵지 않다. 실은 전혀 어렵지 않다. 불법적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은 계정을 정지시키는데는 수퍼배드 영화에 나온 신분증을 김프(GIMP) 로 적당히 조작해서 제출하는 걸로 충분했다.
하루 빨리 유명 연예인들이 구글+ 많이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딴죽을 걸기 바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지먹었다 풀리는 화려한 몰골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실명을 강제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는건 굳이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구글의 정책을 비판하는 이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직 실세계는 완전히 열린 마음과 관용으로 가득한 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내가 향유했던) 익명의 보호를 다른 사람에게서 뺏는다면 나는 속 좁은 위선자가 될 것이다.
물론 페이스북도 비슷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구글 CXO 들은 “왜 우리만 갖고 그래” 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구글+ 가 페이스북보단 나은 점이 있긴 하지만…
프라이버시 모델 문제
구글+ 의 가장 큰 특징은 “서클” 이다. 이것은 년전에 나온, 페이스북의 “친구” 모델이 일반인의 복잡한 사회 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논문에서 출발한듯 하다. AJAX 를 사용해서 UI 도 깔끔하고.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에 프라이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몇년 전의 일인데, 한국에 발령난 재미교포 젊은이가 콘돔 한박스 새로 보내 달라고 하면서 서울에서 환락의 나날을 보낸다는 메일을 보냈다가 이게 돌고 돌아 자신의 상사에게 들어가는 바람에 짤린 사건 기억하시는지? 이메일의 프라이버시도 지켜지지 않는데 자신을 축으로 엮인 사람들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건 나이브하다. 아무리 웹 서비스 차원에서 막으면 뭐하나 스샷 떠서 퍼지는데. 아예 가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드는 사이트가 있는 판이니.
그래도 없는거 보단 나으니까 그걸로 꽁꽁 틀어막고 쓸 수도 있지만…
또 SNS?
이젠 피곤하다.
친구 사이라 해도 문화적/정치적/예술적 성향이 다를 수도 있는 법인데 SNS 에서 끝없이 토론하다 보면 인간 관계만 더 거칠어진다. 한국 남자들은 노는 방법을 몰라서 술만 마신다고 하는데, 사실은 서로 의견충돌할 경우가 너무 많고, 한번 충돌하면 끝장토론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다 보니 술을 빌미로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것에 불과하다.
더 피곤한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하는데 반해, 뻘트윗 (또는 페북 뻘글) 을 지르기는 너무 쉽다는거다. 술마시고 블로깅을 하는건 쉽지 않지만 트윗은 할만 하니까. 그런 글을 회사 사람이나 가족들이 보는 상황은 피해야지 않겠나.
그래서,
다시 블로그
다시, 오래되고, 핫하지 않고, 재미없고, 하나 쓰려면 몇 시간은 (때로는 며칠을) 고민해야 하는 블로그로 돌아왔다. 다만 예전보다는 고민 조금 덜 하고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등한시 해온 이유는 올해 옮긴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라고 변명해야겠지만, 사실은 트위터를 하다 보니 백건존 말대로 ‘글을 쓸 잉여력이 모이지 않아서.’ (지구의 모든 생물들아 나에게 너희의 잉여력을 보내줘)
모든 사람들이 이런 과격한 결정을 내리진 않을거다. 아마 SNS 를 조금씩 눈치채지 못하게 뜸하게 가면서, 어딘가 다른 곳을 찾아 헤매겠지.
새로운 장르파괴적 서비스는 누가 만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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