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플랫폼 전략
나는 노키아 5800 을 쓰고 있다. 이것은 Symbian^1 (심비안 1) 이라는 OS 플랫폼이다. 매우 오래되고, 덕분에 안정된 플랫폼이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모두 전화하다 끊어진다든가, 전화가 안 받아진다는 경험담을 찾을 수 있지만 2010년 1월부터 최소한 아직까진 그런 경험은 한 적 없다.
그럼에도 노키아 및 심비안 플랫폼이 끝장났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실 2010 년에도 노키아 판매고는 증가했지만, RIM 과 마찬가지로 향후 시장 동향을 판별하는 수치가 좋지 않다고 한다. 상당수 심비안 앱 개발자들도 이미 다른 플랫폼 (주로 아이폰, 일부는 안드로이드) 으로 빠져 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왜 어떤 플랫폼은 흥하고 어떤 플랫폼은 망하는걸까? 왜 앱 개발자들은 더 큰 시장을 놔두고 이미 이전투구 중인 좁은 시장으로 가는 걸까? 많은 설명들이 있지만 보통 아래와 같은 이유들을 댄다.
- 화려한 UI 효과 및 핀치-줌: 아이폰 처음 나왔을때 사용자들의 열광적 반응. 안드로이드 1.6 시절, 핀치 줌 빨리 안 넣으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 돈 되는 앱 생태계: RIM 이나 노키아 OVI 앱 스토어의 경우, 공짜 앱을 판 다음에 유료 앱으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엔 개선됐다는 모양)
글쎄, 이런 이유도 물론 말은 되겠지만, 너무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눈에 보이는 이유들인거 같다. 악마의 주민등록주소는 디테일로 시작하는 법. 내가 느낀 점들을 얘기해 보면…
- 웹 브라우저가 최우선
심비안에는 웹킷을 사용한 웹 브라우저가 깔려 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오옷 멋지구리 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웹킷이라고 다 같은 웹킷이면 사파리와 크롬은 똑같게?
매우 오래된 버전의 웹킷이라서 <iframe> 이 들어가는 페이지는 거의 모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시스템 폰트가 허름해서, 상당수 기호/일본한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확대를 하면 단순확대라서 양 옆으로 열심히 스크롤해야 한다는 점까지 겹치면…
블랙베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블랙베리도 심비안도 매우 좋은 (정말 좋은!) 트위터 클라이언트가 있는데, 그래봤자 뭐하나? 누군가 트위터에서 링크 하나 던지면 읽느라 스트레스가 만빵인걸.
- 웹 브라우저를 정말 쉽게 앱 안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구리다고 해도, 대부분의 피처폰에 들어가 있는 웹 브라우저 보다는 아마 나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자신없다. 아레나 폰에는 오페라가 들어가 있더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웹 브라우저를 앱 안에 쉽게 임베딩할 수 없다는 거다. 다시 말해, HTML 로 날아온 이메일을 보려면 1) 내용을 파일로 저장한 후 2) 웹 브라우저에서 읽어들여야 한다. 뭐 어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메일이 아니라 피드 리더 앱은 어떻게 하나? 고민해 보시라.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심비안에는 매우 좋은 트위터 클라이언트가 있다. 바로 그라비티다. 심비안+트위터 사용자면서 이거 아직도 안 샀다면 닥치고 페이팔 계정 만들어서 질러라. 맘에 안들면 내가 환불해 준다. 아이폰은 고사하고 데스크탑에서도 이거와 비교할만한 트위터 클라이언트는 맥OS 용 에코폰 뿐이다. 근데 트윗 중에는 지오태그 (GeoTag) 가 달린 것들이 있다. 당연히 지도를 보여줘야겠지? 당연히 웹 브라우저로 보여주고 싶겠지? 근데 그게 쉽지 않아서, 그라비티는 고정된 지도 이미지만 보여준다. 사실 이것도 감지덕지지만, 확대/축소가 안된다. 웹 브라우저로 보여주는게 아니거든. 제작자가 OS에 내장된 Ovi Map (노키아가 만든 지도 어플) 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API 를 저언혀 제공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글 맵 API 를 사용했다는 얘기는 인생의 소소한 재미일 뿐이다.
- 키보드 & 카피-페이스트
근데 여기다 뭔가 트윗을 날린다 치자. 네이버 모바일 웹으로 뭔가 읽다가 맘에 드는 기사 (라기보단 까고 싶은 기사) 를 보고 트윗하고 싶은데, 이런 젠장 카피 페이스트가 안되네. 방법이 없냐고? 없다. 정말 없다. 링크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데 기사 내용을 인용할 수는 없다. 왜냐고? 웹 브라우저에 그런 기능이 없걸랑. 카피 & 페이스트가 플랫폼 UI 에 포함된게 아니라서 생기는 비극이다. 어플이 직접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5800 의 예를 들자면, 그라비티의 UI 는 트위터 제한인 140 자 중 현재 몇 자나 타이핑했는지 보여주는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보드 자체에선 현재 몇 자 까지 입력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덕분에 제작자가 직접 키보드를 구현할까 고민하는 상황이다. 오페라의 경우엔 URL 입력용 자체 터치 키보드가 제공된다.
“심비안은 키보드가 달린 디바이스도 있어서 생기는 일” 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하드웨어 키보드 성능이 얼마나 좋건 간에 터치 디바이스가 있다면, 어플마다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가상키보드가 존재해야 사용자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나중에 글을 쓰겠지만 HTML5 에는 이것을 위한 어트리뷰트도 있는 마당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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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계는 서버나 데스크탑 시장과 다르다. OS 나 UI 의 성능보다 개별 어플의 성능 & 피처가 훨씬 중요하다. 그렇긴 해도 어플 개발자의 부담을 덜고, 각 어플이 서로 협업할 수 있게 해 주는 플랫폼의 기능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말이다. 삼성도 바다 플랫폼 개발 중이고, 노키아도 미고 플랫폼 개발 중이지만, 이런 점은 잊지 말았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ps. 딱히 관계는 없지만 블랙베리 생산사인 RIM 의 문제를 분석한 글
pps. 노키아가 약간은 정신차린 모양이다. 앞으로 모든 API 는 Qt 로 통일하고, 심비안^3 폰인 N8, E3 부터는 무제한 업그레이드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기존 어플의 API 인 AVKON 을 없앨지 말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어 아직은 약간 흉흉한 분위기지만, 심비안을 깔끔하게 “버리고” 미고 (Meego) 로 옮기는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니가 어플 만드셈.
Qt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거심.
C&P되던데? 아, 오페라던가?